몇달 전부터 연구소 DB실에 새로운 멤버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니키라는 강아지입니다.






DB실 김OO(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이름은 부분 모자이크 처리합니다) 연구원이 기르는 강아지 인데요, 몇달 전에 한번 놀러오더니 어느 날부터는 거의 매일 출근하더군요. 요즘은 아예 아침이면 자기가 들어갈 가방 앞에서 서성이며 출근 준비한다고 O동현 연구원은 말합니다.


출근하면 하루 일과는 주인 연구실에 누워 일하는거 지켜보기가 거의 전부지만 때때로 각 방을 돌아다니며 연구원 업무 상황을 시찰하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 보면 곁에 스르륵 다가와 책상 밑에 놓인 컴퓨터 하드디스크 LED가 컴파일이나 테스트로 바쁘게 돌아가는지 확인하기도 하고 멀찌감치 뒤에서 책상 위 모니터나 키보드 사용 상황을 확인하기도 하죠.


니키, 업무 시찰 중.



뽀송뽀송 귀엽죠? 성격도 순해서 사람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지만 사실 이 녀석 도도하고 시크한 녀석입니다. 업무 시찰을 위해 연구원 개별 방문은 잘 하는데 연구원이 개인적으로 면담 신청 하면 잘 응해주지 않더라구요. 한 마디로 불러도 잘 안와요.

오더라도 절대 먼저 애교를 부리거나 꼬리를 흔들거나 혀를 내미는 일이 없습니다. 머리를 쓰다듬거나 턱 만져주는 것도 별로 안 내켜하죠. 다만 등이나 배를 긁어주고 시원하게 맛사지 해주면 못이기는 척 잠시 있어줍니다. 비싸요.

태어난지 1년 남짓에 DB실 입사 경력 고작 몇 달인데 직장에서의 자세는 수석 연구원급입니다.


도도, 그리고 시크.



얼마 전에는 DB실에서 매주마다 하는 논문 세미나 시간에도 참석했었습니다. 가끔 점심시간 방에 혼자 남겨졌을 때 하는 개소리를 제외하곤 한 번도 짖거나 끙끙거리지 않았는데 세미나 시작 전 사람들이 웃고 떠든다고 처음으로 녀석이 짖는걸 봤습니다. 정말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것 같습니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죠? 21세기에 3년은 너무 길어요. 조만간 티베로 소스 접근 권한도 주고 디버깅도 시켜봐야겠습니다. 다른 연구원하고 pair로 함께 작업하는 모습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이렇게 프로페셔널하고 도도한 녀석이지만 주인 말고 단 한사람 무한 애정을 표시하는 연구원이 있습니다. 사실 이 녀석이 DB실에 나타나기 전 먼저 DB실에 입사했던 미니라는 강아지가 있었는데요, 미니의 오빠인 김쵸딩(역시 프라이버시를 위해 별명 처리합니다) 연구원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역시 이 녀석 남자는 남자인가봅니다.

요즘은 개인 사정으로 더이상 미니가 출근하지 않아서 볼수는 없지만, 김쵸딩 연구원만 만나면 바로 눈 깔고 꼬리 흔들며 품에 안기는 모습에 같은 강아지가 맞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니까요.


니키, 눈 내리깔다.



이 녀석 자기 관리도 대단합니다. 그 몇 달 동안 청소아주머니의 분노를 두 번 밖에 안 샀을 정도로 자기 주변을 깔끔히 하더라구요. 절대 뒷처리가 힘든 소변은 지정 된 곳에서만 해결하지 다른 곳에서 해결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뒷 처리가 수월한 큰 껀은 융통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연구소 7층에 DB본부장님 방이 있는데요, 이 녀석 과감히 DB본부장님 방에서 거사를 치룬 적이 있다고 하네요. 7층 연구원들은 모두 알고있지만 본부장님은 모르시는 일입니다. 어쩌면 본부장님과의 권력 다툼으로 비화될것 같아서 다들 묻어두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도 이쯤에서 묻어두자구요. 본부장님께는 여전히 비밀입니다.



혹시, 티맥스 연구소 DB실에 방문할 일이 있으신가요? 지나가는 강아지가 보이면 니키~하고 한번 불러보세요.



... 안 와요.

니키야. 나한테도 관심좀...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